브릿지 인사이트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론의 이해

2020-05-28

 2020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국내외 경제계 유명인사(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SK 최태원 회장 등)가 참석한 세계경제포럼(WEF)이 개최되었는데요. 올 해 5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 다보스 포럼은 ‘결속력있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이해관계자들 (Stakesholders for a Cohesive and Sustainable World)’ 을 핵심 주제로 삼았습니다. 한 해 앞선 2019년 8월 진행된 미국 주요 대기업 CEO모임인 BRT(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는 설립 49년 만에 자본주의 기업의 목적을 주주의 이익 극대화에서 ’고객, 직원, 커뮤니티 등 모든 이해당사자의 번영 극대화’로 재정의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움직임이 동반되어 2020년 대한민국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의 3대 전략의 한 축으로 ‘사회적 가치 중심 정부’를 포함하고 3가지 추진 방향의 한 축으로 ‘참여와 협력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 확산’을 삼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국내 소비트렌드를 예측하고 분석하여 매년 서적으로 발간하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와 연구팀은 ‘선함과 공정성 (Goodness and Fairness)’을 2020년 소비를 이끌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하였고, 점차 국내 소비자들이 공평하고 올바른 것에 대한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기업과 브랜드의 올바른 ‘선한 영향력’이 소비자의 구매결정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 것이죠.

 지금 전 세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지속가능한 경영 그리고 이해관계자 포용이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업과 정부의 다양한 영리·비영리 활동을 통해 파생되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과 동시에 ‘사회적 성과와 파급력(임팩트)을 어떻게 측정할 것 인가?’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그리고 단체들은 여러 분야에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도달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 20여 년간 사회적 가치 측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평가 측정 지표들을 개발하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수많은 방법론이 있지만, 금번 브릿지인사이트에서는 현재 국내외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잘 알려진 지표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방법론은 재무적 가치를 측정하는 데 널리 쓰이던 ROI를 사회적 가치 측정에 적용한 SROI (Social Return On Investment, 사회적 투자수익률)이며, 두 번째로 소개드릴 방법론은 지표의 카탈로그화를 통해 측정을 원하는 기관/기업들이 자신의 활동에 적합한 지표를 자유롭게 구성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IRIS+ (Impact Reporting Investment Standards)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비영리 단체 B-Lab이 개발한 BIA (B Impact Assessment ,B-Corp 인증평가)입니다. 각각의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론은 재무적 가치 환산, 지표의 카테고리화, 그리고 사회적 이익과 재무적 이익을 균형있게 추구하는 기업 선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살펴볼 방법론은 SROI 측정법입니다. 2000년 미국의 REDF가 개발한 SROI는 투자수익률의 관점에서 투입된 자본 대비 신규 프로젝트가 창출하는 사회적 이익을 측정하는 소셜 임팩트 측정 도구입니다. SROI 측정법을 활용해 임팩트 투자사들은 투자금 대비 사회적 이익을 화폐 가치로 환산하여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투자금 대비 ‘일자리 창출을 통한 근로자의 소득’, ‘근로소득으로 인해 유발되는 지역사회경제효과’ 등을 화폐 가치로 직접 환산하여 사회적 이익을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죠. SROI에서 표현하는 사회적 이익이란, 이해관계자 또는 사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에서 부정적 영향을 차감한 값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이익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측정하기에는 투자와 성과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수를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자리 창출이 아닌 인식 개선과 같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성과에 대한 측정은 불확실하거나 신뢰하기 어려운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죠. SROI는 투자 효율성이라는 개념을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에 도입하여 임팩트의 수준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지만, 그 외의 사회적 이익은 측정 대용치를 찾기 어렵고, 측정 방법 또한 주관성이 포함되며,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프로젝트의 SROI는 비교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지표의 카탈로그화를 통해 사회적 가치 측정을 원하는 기관·기업들이 자신의 활동에 적합한 지표를 자유롭게 구성하고 사용할 수 있는 IRIS+ 입니다. IRIS+는 임팩트 투자자들이 조직의 사회적, 환경적, 재무적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판단의 근거로써 활용할 수 있는 성과 지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2001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IRIS+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가 자신의 활동과 목적에 가장 적합한 지표를 구성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IRIS+의 카탈로그는 운영 성과(고용, 지배 구조 정책), 재무 성과(손익 계산서, 대차 대조표), 제품 성과(고객 정보, 수량 및 도달 범위), 섹터성과(UN SDGs 부합) 그리고 사회적, 환경적 성과(사회적 목적을 위한 성과) 등을 광범위하게 포괄하고 있습니다. IRIS+는 단순하고 쉬운 지표이지만 지표의 카탈로그화를 통해 연관 지표를 찾아 확인하고, 본 지표를 기반으로 각 기관·기업들이 자기만의 측정 프로세스와 지표를 만들어내는데 큰 도움이 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회적 기업 활동과 지속가능경영 활동이 다양화 되고 세분화, 복합화 됨에 따라 각 기관·기업에 꼭 맞는 지표를 찾아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림 출처: IRIS+ 웹사이트, https://iris.thegiin.org


 마지막으로 살펴볼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론은 2007년 미국의 비영리 기관 B-Lab에서 개발한 B-Corp 인증평가제도(이하 비콥 인증)  BIA (B Impact Assessment)입니다. 2007년 시작된 비콥 인증평가제도는 2020년 5월 현재 64개국 3,023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비콥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도 15개의 기업이 비콥 인증을 획득하였다고 합니다. 비콥코리아에 따르면 비콥 인증은 투명성과 객관성을 인정 받아 한국국제협력단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 참가 대상 기업 자격 요건으로 도입되기도 하였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셜벤처 투자 및 지원 평가 모형에서 판별 가이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비콥 인증은 인증평가 대상 기업의 운영과 비즈니스 모델이 지배구조, 기업 구성원, 지역사회, 환경 그리고 고객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합니다. 인증을 원하는 기업은 BIA를 통한 자체 평가를 수행하고 80점 이상 (200점 만점)의 점수를 획득하면 증빙문서 제출, 이메일 및 전화 리뷰 등의 절차를 통해 비콥 공식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콥 인증은 평가 결과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과정 속에서 조직 내부와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인지하는 유의미한 경험을 통해 자기 개선에 기여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자체 평가에 기인하는 점에서 평가 신뢰도의 한계가 존재하고 총점으로 인증을 받는 방식에서 비롯된 평가 항목별 불균형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림 출처: B-Lab 코리아 웹사이트, https://bcorporation.co.kr)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 외에도 다양한 측정법이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세계는 사회적 가치 평가에 대한 명확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양한 방법론과 문제를 포괄하는 공통의 가치 평가 체계를 갖추려는 노력 없이 각 방법론이 스스로 제도화 되어, 각각의 방법론이 개별적으로는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지만 통합적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에서 요구되는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개별적 사회적 가치 평가 방법론을 아우르는 틀을 구축하기 위해 2016년 IMP(Impact Management Project)가 설립되었습니다. 2018년 9월 UNDP(유엔개발계획)는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의 17개 목표별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론으로서 IMP를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USAID(미국국제개발처), UKAID(영국국제개발협회),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등 유수한 개발협력기관과 기존의 고유한 사회적 임팩트 측정방법론을 개발했던 GIIN(글로벌투자네트워크), PRI(유엔책임투자원칙), B-Lab(B-corp인증평가 미국 비영리 사단법인) 등의 평가기관들도 함께 협력하고 있습니다. 2020년 5월 현재 IMP는 3년 이내에 임팩트 측정에 관한 로드맵 작성 임무 달성을 목표로 평가 체계를 아우르는 틀을 구축하는 중에 있습니다. 전세계가 IMP 로드맵을 활용해 가치 평가 체계를 만들고, 하나의 틀 아래 지금보다 더 체계적으로 사회적 가치 평가를 수행하여 사회적 가치 측정이 더 실효성있고 정확하게 나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